마음나누기

마흔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중년언니 2025. 4. 30. 18:57
반응형
마흔이 되기 전에는
뭔가 될 줄 알았다.
일도, 사람도, 가족도,
다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편해지고, 어른이 되고, 안정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만 살았구나. '되는 중'이 아니라,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말이다.

마흔이 지나면, 마음이 단단해질 줄 알았지만
사실은 더 부드러워졌다.

작은 상처의 말에도 눈물이 나고,
아무 일도 없는데 불현듯 허무해지고,
누가 나를 꼭 안아줬으면 하는 날이 더 잦아졌다.

아이가 자라고, 남편은 바쁘고, 나만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와 수다를 떨어도, 맛있는 걸 먹어도,
기쁨은 잠깐이고 허전함은 길었다.

“이 나이쯤 되면, 이런 기분이 드는 거야”라며 넘기기엔 그 허전함은 좀처럼 입을 닫지 않았다.

그전엔 몰랐다.
나는 가족을 위해 살았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 하루는 늘 누군가를 챙기느라 지나갔고,
나는 언제나 마지막 순서였다.

하지만 마흔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는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걸.
살림도, 육아도, 일도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지,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바꿔보려고 한다.
아이 밥상 차리는 시간에, 가끔은 내 차 한 잔 먼저 내리고, 남편 간식 싸기 전에, 내 아침도 챙긴다.
그렇게 나를 중심에 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남편이 피곤해 보이면 예전 같으면 “나도 피곤해”라고 말했겠지만 이젠 그냥 따뜻한 물이라도 데운다.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갈 때가 있다.
그건 그가 고마워서라기보다,
내 마음이 지지 않기 위한 작은 평화다.

주말에 약간의 짬이 생기면 혼자 걸어본다.
이어폰 없이, 핸드폰도 없이 그냥 내 발소리만 들으며 걷는다.
그게 나를 다시 일으키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나를 알아봐 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누군가 “고생했어” 하지 않아도 나는 내게 말해본다.

“정말 수고했다, 오늘도 잘 버텼다.”

마흔이 지나고 나서야 사람 사이 거리보다
내 마음과의 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사랑받기보다 내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챙기는 게 먼저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더 이상 누구의 역할로만 살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

그 이름들은 모두 소중하지만,
‘나’라는 이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소파에 앉아 음악만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이럴 시간이 어딨어” 했겠지만
이젠 안다.
그런 시간이 나를 숨 쉬게 만든다는 걸.

그리고 더 이상 ‘잘해야 한다’는 말로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마흔이 넘으면 마음이 더 단단해질 줄 알았지만, 사실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여려진다. 이제는 나를 위한 위로가 필요할 때다.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의 하루가 조금 느리고 서툴러도 괜찮다. 오늘도 잘 버텨낸 당신, 정말 잘했어요.


#마흔의변화 #중년마음일기 #나를위한연습 #엄마의숨결 #아내의다짐 #내편하나 #말없는외로움 #중년의자각 #나를잃지않기 #서툰위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