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맞벌이 부부로 살아왔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싶었다.
서툴지만 웃으며 손잡고, 야근 후에도 라면을 끓여 같이 나눠 먹으며 "우리만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조금씩 지치게 만들었다.

아이는 자라고, 부모님은 나이를 먹고, 집은 손볼 곳이 늘어났다.
나의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일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준비, 출근 준비에 쫓겼고, 저녁이면 집안일에 허덕였다.
한때는 저녁이면 산책을 하고 영화도 보던 우리가, 요즘은 얼굴을 맞대고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볼 때면
서운함과 외로움이 얇은 종이처럼 겹겹이 쌓였다.
'왜 나만 이렇게 버거울까.'
'왜 나만 애쓰는 걸까.'
'왜 저 사람은 모르는 걸까.'
그런 생각이 쌓이고 또 쌓였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남편은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나는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부엌으로 향했고, 서둘러 저녁을 차리고, 식탁을 닦고, 아이의 숙제를 봐줬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식탁 위의 수저와 그릇을 치우는 건 늘 나였다. 남편도 약간 도우긴 했으나 이내 화장실이나 소파로 향했다.
내심 서운했다. 나도 일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회사로 급히 서류를 가져다줄 일이 생겼다.
별생각 없이 들른 남편의 회사. 그곳에서, 나는 남편의 하루를 보았다.
회의실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복도는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편은 인상 깊게 굳은 얼굴로 서류를 넘기고, 거래처인지 급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남편의 눈 밑엔 푸석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조금은 굽은 어깨로 커피를 들고 회의실로 사라졌다.
그 짧은 몇 분 동안 나는 남편의 수많은 하루를 봤다.
남편도,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거칠고 힘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 하루를 견디고 집에 와서,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그제야 알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가방끈을 쥔 손이 떨렸다.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내가 제일 아픈 줄 알았다.
내가 제일 억울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는 둘 다 지쳐 있었다. 둘 다 버거웠다.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날 밤,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힘들지? "
남편은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작게 대답했다.
"응. 조금... 근데 괜찮아."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서툴고 투박한 손. 지금껏 수많은 하루를 버텨온 손.
그 이후, 우리는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은 퇴근 후 내게 물었다.
"오늘 힘들었어?"
나는 대답 대신 남편 옆에 털썩 앉았다.
우리는 TV를 보면서도
가끔은 소파에 기대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아무 말 없어도, 온기가 전해졌다.

예전엔 집안일을 둘러싸고 자주 다퉜다.
지금은 먼저 배려해 주는 것 같다.
"당신 설거지하는 동안 과일 준비할까?"
"빨래 널어줄까?"
이런 작은 말들이 고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모든 걸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서로 모르는 만큼 이해하려는 것이라는 걸,
연애초기, 신혼 초에 다짐했던 말을 다시 기억해 냈다.
맞벌이 부부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참아왔고, 견뎌왔고, 오해해 왔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나 혼자만 애쓰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이제는 혼자 울지 않는다.
남편도 나도, 매일 작은 전쟁을 치르며 살아간다.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조금 더 이해해 주고, 조금 더 안아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25년을 견디게 한 힘이었고,
앞으로도 우리를 지켜줄 힘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남편은 늦는다.
나는 퇴근해서 따뜻한 국을 끓이며 그를 기다린다.
오늘은 꼭 안아줘야지.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날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함께 걷는 사람의 따뜻한 눈빛 하나가
넘어질 것 같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줍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우리 둘 다 버텨내고 있다는 걸 알 때, 삶은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서로를 향해 조금 더 다가가세요.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수고했어."
"고마워."
짧은 한마디가 사랑을 지켜내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기다리지 마시고 바라지 마시고
내가 먼저 서로를 위해 작은 다정함을 건네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좋아, 흔한 #사랑 #부부 이런 거 말고, 공감과 감성을 살리면서 틈새 유입을 노릴 수 있는 해시태그 10개를 붙여볼게.
#맞벌이부부의일상
#서로이해하기
#중년부부마음일기
#고단한하루끝에
#남편의숨은노력
#아내의지친마음
#함께견뎌낸시간
#중년부부감성글
#지금우리사이
#따뜻한하루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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