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는 대화를 원해우리 얘기 좀 해요.“요즘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내가 그렇게 묻자, 남편은 고개를 돌렸다.어떤 대답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듯, 묵묵히 티브이만 바라보았다.겨울에 가까운 바람이 창문 틈을 파고들고 있었다.처음엔 무심한 하루가 평범하다고 여겼다.지치고 바쁜 삶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게 우린 오래된 사랑의 증거라고 믿었다.하지만 그 ‘오래됨’이 익숙함을 지나무심함이 되고, 무심함은 곧 벽이 되었다.결혼 25년 차.아이는 다 커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남편과 나는 다시 둘이 남았다.처음엔 좋았다.서로만 있으면 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우리 예전처럼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자.”내가 그렇게 말했을 땐, 그도 미소 지었다.짧게나마, 확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