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하다 보면 그냥저냥 다 넘어가겠는데 꼭 곱씹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넘기려 했는데,
참 신기하게도 사람 마음은 찰나의 순간에도
길게 멍이 들더군요.
회사에 연세 많은 고객분들이 자주 오십니다.
대부분은 인사도 곱게 해 주시고, 말도 예쁘게 건네세요.
근데 꼭 한두 분씩은 계시지요.
“집에 남편, 돈은 잘 벌어?”
“뭐가 이렇게 비싸?”
"아줌마, 내 나이가 몇인지 알아?"
하는 식으로 말을 던지시는 분들.

처음엔 그저 어르신이라 생각하고,
불편하셨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근데 그 반말, 그 어투, 그 꼬장꼬장한 말씨가
한 번 두 번 쌓이니 마음이 상하더군요.
칠십은 훌쩍 넘으셨을 것 같은 남자 어르신 한 분이 오셨는데요.
저에게 반말하시는 어르신들 중에서 최고로 충격받았어요.
야! 는 기본이고, 이거 줘. 저거 해.

어찌나 마음이 서늘해지던지요.
나도 누군가의 엄마고, 아내고,
여기선 나름 선배 직원이기도 한데…
그 한마디에 사람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어요.
점심시간 내내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댔지요.
분명 나쁜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셨을까요?
누굴 깎아내리려고 한 말은 아닐까요?
따님이 이런 대접을 받으셔도 괜찮으실까요?
아, 따님이 없으실까요?
“…근데 왜 자꾸 그 어르신 흉을 보고 있지, 나?”
그 순간, 참 부끄러웠습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해놓고,
속으론 ‘왜 저렇게 반말을 해, 왜 저렇게 툭툭대…’
혼자 온갖 생각을 하며 입술을 삐죽이고 있더군요.
그래서, 한참을 혼자 서 있었어요.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말처럼 단순하진 않더라고요.
종종 이런 다짐을 합니다.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직장에서, 혹은 어디선가
무심한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다쳐본 적 있으신가요?
“별 뜻 아니었다”는 말로 쉽게 덮어버리기엔
가끔 그 말들이 참 깊게 파고들더라고요.
그럴 땐,
괜찮은 척하지 말고
스스로를 좀 더 토닥여 주세요.
나도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때로는 불편해도, 솔직하게 내 감정을 인정해도 괜찮다고.
그게 어른스러움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졌던
‘진짜 내 마음’이니까요.
오늘 하루도, 잘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말 한마디에도 마음 흔들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더 따뜻하게, 더 여유롭게
다정한 어른으로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