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 낳을 일도 없는데 뭐하러 붙들고 있냐고?”

그 말, 정말 칼처럼 날아왔어요.
통증에 밤을 지새우던 그날, 병원에서 자궁적출을 권유받고… 멍했어요.
내 안에 있던 게 사라진다는 건,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마음의 허전함까지 수술대에 올리는 일이었죠.
몸은 괜찮아진다는데, 마음은 자꾸 그 자리를 더듬더라고요.
허전하고, 무력하고, 여자라는 정체성까지 흔들렸어요.
그런데 지금요?
자궁 없이도 잘 웃고, 잘 걷고, 잘 먹고살아요.
혹시 지금 두려움 앞에 서 계신다면…
제 이야기를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처음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냥 무거운 생리 정도로만 넘겼던 걸 후회했어요.
나중에는 생리 양이 많아져서 매번 외출이 두려웠고,
응급실을 갈 정도로 통증이 몰아쳤던 날도 있었죠.

그러다 병원에서 자궁적출 얘기가 나왔어요.
처음에는 아니라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버텼어요.
하지만 결국 삶의 질이 점점 바닥을 치고 있었죠.
수술날, 마취 직전까지 마음이 흔들렸어요.
“내가 나를 잃는 건 아닐까.”
“수술하고 나면,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그런데 웃기죠.
수술 후 첫 아침, 창문 너머 햇살이 그렇게 따뜻할 줄 몰랐어요.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는 그 통증을 안 겪어도 된다”는 안도감.
그런데… 진짜 어려움은 몸보다 마음이었어요.

수술 후 며칠은 기운 없어서 우울했지만,
진짜 우울은 ‘여성성을 잃은 느낌’에서 왔어요.
“이제 나는 여자 아닌가?”
“이젠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냥 나 혼자인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찾아왔죠.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서 제가 하나씩 느꼈던 건,
자궁이 나를 여자답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는 거예요.
나는 여전히
음식 냄새에 설레는 여자고,
딸아이 웃음에 같이 웃는 여자고,
남편이 신고 있는 양말에 투덜대는 여자였어요.
그 모든 게 그대로 있는 걸 발견하니까,
내 안에서 다시 자라나는 나를 느꼈어요.
비워졌다고만 생각했던 자리에
오히려 나다움이 자라나고 있었던 거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
아마 당신도 병원 진료실에서 의사 말 한마디에 멍해졌을지도 몰라요.
“자궁을 드러내는 게 최선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차갑고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저는 겪어봐서 알아요.
그래서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자궁이 사라졌다고 해서 여자로서의 당신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그 결정을 한 당신은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낸 아주 강한 사람입니다.
수술 이후 저는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어요.
여전히 피곤하고, 여전히 바쁘지만
통증이 없다는 건 삶의 품격을 지켜주는 일이더라고요.
웃을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혹시 지금,
그 무거운 결정을 앞에 두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말만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자궁 없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 마음은 따뜻한 위로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워요.”
지금 이 글이, 당신에게 그 따뜻한 손길이 되기를 바라요.
당신의 무사함을, 그리고 평안을
진심으로 기도할게요.
여러분은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혹은 아직 망설이고 계신가요?
댓글로 함께 나눠요.
우리, 같이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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