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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그날의 너를 닮은 사람을 마주쳤을 때
오늘 오후, 햇살이 조금 기울 무렵
버스 창문 너머로 스치는 얼굴 하나에
문득, 너를 떠올렸어.
그 사람은 너만큼 말랐고,
걸음걸이도 너처럼 가볍고 조금 빠르더라.
무심코 내렸던 버스 정류장 이름조차
예전 우리가 함께 자주 걷던 그 길 근처였어.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익숙한 거리를 너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가
문득 깨달았지.
그땐 우리가 참 많이 웃었구나.
이젠 네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기엔
내 목소리도 낯설고,
네가 대답해줄 일도 없지만
그 시절을 꺼내보면
왠지 모르게, 안아주고 싶어져.
그때 우리가 참 아팠잖아.
서로를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도 않았고
상처를 꺼내 보일 용기도 없었고
무엇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었던 게
가장 큰 오해였던 것 같아.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만약 우리가 지금처럼 조금 더 어른이었다면
조금은 덜 다쳤을까?
그렇게까지 멀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우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누군가를 더 조심히 바라보고,
상처를 더 정성껏 감싸게 된 거라 믿어.
그러니,
어쩌면 이 편지는
너에게 쓰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우리에게 쓰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 시절,
햇살 좋은 오후의 작은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애틋했던
우리를 조용히 껴안으며 이 말을 남겨.
잘 지내지?
그리웠어, 아주 많이.
이 글은 누군가의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면 돼요.
이 마음은 아직,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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