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못한편지함
안녕, 잘 지내지?
중년언니
2025. 6. 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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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첫사랑에게
안녕, 잘 지내지?
이 편지를 쓴다고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 모르겠어.
혹시라도 네가 이 글을 읽게 되면
조금은 웃으면서,
그 시절을 떠올려줄까 봐,
용기내어 몇 자 적어본다.
우리는 참 조용히 스쳐갔지.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
너는 창가에서 자주 밖을 보았고
나는 네가 창밖을 보는 모습을 자주 보았어.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했던 날들이
지금은 이상하게 더 선명해.
네가 펴놓은 공책에 적혀 있던 시 구절,
흘리듯 웃던 표정,
빗소리보다 작은 네 목소리까지.
그땐 왜 그리 멀찍이 있었을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우리는 한 번쯤 걸어볼 수도 있었을까.
그치만…
지금 생각해보면
말하지 못한 사랑도
그 시절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어.
네가 지금 어디서,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잘 지내길 바라.
마음 편히, 따뜻하게.
그리고 언젠가,
정말 우연히 마주친다면
서로의 눈빛만으로
그 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기를.
안녕.
그때 너를 좋아했던 사람으로부터.
말하지 못한 마음도, 때로는 가장 진심일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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