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이 내 기억의 교복처럼 남아
가은아,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저려오는 날이 있어.
가끔 그래. 아주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가,
네가 있는 페이지를 오래 붙들고 있곤 해.
고등학교 2학년 봄이었지.
우린 나란히 창가 쪽 두 번째 책상에 앉아 있었어.
검정 머리를 깔끔히 묶은 너는 항상 단정했고,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채 교과서에 밑줄을 긋던 모습이 선명해.
사소한 오해였을까.
아니면, 말하지 못한 감정이 쌓여버린 걸까.
그날 이후, 네가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괜찮아."
내가 먼저 그렇게 말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왜 그래?" 하고 물었다면,
우린 서로를 이해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누구 하나가 더 성숙했다면
우정이라는 이름이 다치진 않았을 텐데.
우린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렸고,
졸업식 날에도 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어.
말없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 우리,
참 이상하지. 그렇게 친했던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도
누군가 "친한 친구 있었어?"라고 물으면
너의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라.
이제는 원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련도 아니지만
그 시절 너와 나의 우정이,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을 간지럽히는 건 사실이야.
너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은 더 솔직한 사람이야.
마음속으로는 늘 안부를 전하고 있어.
늘 건강하고,
너의 하루가 평안하길.
언젠가, 우리가 다시 웃으며 마주 볼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말해볼게.
"오랜만이다. 가은아."
부치지 못한 편지,
너의 학창 시절 친구가.
이 글은 누군가의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면 돼요.
이 마음은 아직,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