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못한편지함

너의 이름이 내 기억의 교복처럼 남아

중년언니 2025. 6.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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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아,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저려오는 날이 있어.
가끔 그래. 아주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다가,
네가 있는 페이지를 오래 붙들고 있곤 해.

고등학교 2학년 봄이었지.
우린 나란히 창가 쪽 두 번째 책상에 앉아 있었어.
검정 머리를 깔끔히 묶은 너는 항상 단정했고,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은 채 교과서에 밑줄을 긋던 모습이 선명해.

사소한 오해였을까.
아니면, 말하지 못한 감정이 쌓여버린 걸까.
그날 이후, 네가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괜찮아."
내가 먼저 그렇게 말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왜 그래?" 하고 물었다면,
우린 서로를 이해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누구 하나가 더 성숙했다면
우정이라는 이름이 다치진 않았을 텐데.

우린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렸고,
졸업식 날에도 너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어.
말없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 우리,
참 이상하지. 그렇게 친했던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도
누군가 "친한 친구 있었어?"라고 물으면
너의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라.

이제는 원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련도 아니지만
그 시절 너와 나의 우정이,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을 간지럽히는 건 사실이야.

너는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은 더 솔직한 사람이야.

마음속으로는 늘 안부를 전하고 있어.
늘 건강하고,
너의 하루가 평안하길.

언젠가, 우리가 다시 웃으며 마주 볼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말해볼게.

"오랜만이다. 가은아."

부치지 못한 편지,
너의 학창 시절 친구가.




이 글은 누군가의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면 돼요.
이 마음은 아직,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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