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못한편지함
그 옛날의 친구에게 지금의 내가
중년언니
2025. 6. 3. 08:03
반응형
받는 사람: 어린 날의 친구에게
보내는 사람: 익명
부치지 못한 날짜: 2007년 10월 28일
그날은 아무도 모르게 너를 훔쳐본 날이었어.
체육대회였고, 너는 운동장을 건너가는 중이었지.
나는 교실 창문에 걸터앉아, 내 손바닥만 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빛은 잘 들지 않았지만 너는 환하게 찍혔어.
너는 모를 거야. 너의 뒷모습이 나한테 얼마나 오래 남았는지.
오래된 사진을 자꾸 꺼내다 다시 넣곤 했지.
언젠가 너를 마주 보게 된다면
그때는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거든.
너는 웃을까, 화낼까, 아니면 아무 말도 안 할까.
결국 그 질문은 지금까지 내 마음에만 남았네.
가을은 늘 너를 떠올리게 해.
바람이 조금 쌀쌀해지면
나는 그때의 운동장과 네가 걷던 걸음소리를 떠올려.
잘 지내고 있지?
보고 싶다. 지금의 너.
이 글은 누군가의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면 돼요.
이 마음은 아직,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