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못한편지함

우산을 들고 서 있던 너에게

중년언니 2025. 5. 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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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람: 그날의 너에게

보내는 사람: 익명

부치지 못한 날짜: 2020년 9월 3일



처음 널 본 날도 비가 왔어.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네 옷자락은 이미 젖어 있었지.
그게 이상하게... 눈에 밟혔어.

그날 이후로, 나는 항상 비 오는 날을 기다렸어.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편의점 앞 투명 우산에 비가 뚝뚝 떨어지는 걸 멍하니 보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꼭 비를 맞는 기분이구나.
우산은 있는데, 젖게 되는 일.

널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편지도 쓰지 않았을 텐데.
그게 더 나았을까.

가끔은 그렇게 생각해.
기억이 아예 지워졌다면,
지금 나는 더 가벼웠을까.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아직도
그날 젖은 옷을 입고 있던 너를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아직도
그날의 내 마음을
그 비를
다 잊지 못했어.



이 글은 누군가의 부치지 못한 편지입니다.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면 돼요.
이 마음은 아직,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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